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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잡은 손 절대 놓지 않을게!"

광명시 여성단체 협의회, 모녀결연 맺은 결혼이주여성과 나들이

  • 기자명 시민필진 홍선희
  • 승인 : 2013.06.04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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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쿠! 가방이 꽤 무겁네. 아이 업고 다니기도 힘들 텐데 이건 내가 들어줄게.”
필리핀에서 온 메카테셀사(25) 씨를 지난달 초 딸로 맞아들인 송현순(57) 씨. 딸을 보자마자 기저귀가방을 받아 들고선, 이내 딸의 품에 안긴 돌쟁이 손자를 어루만지기에 여념이 없다.

 

 

“아휴! 우리 딸은 왜 아직 안 오지? 미리 전화라도 해볼걸 그랬나?”
강숙자(56) 씨도 연신 휴대폰 시계를 들여다보며, 얼마 전 결연을 맺은 그의 딸 미요시사요코(44)씨를 기다린다. 약속시간을 얼마 남기지 않았을 때, 멀리서 딸의 모습이 보이자, 강씨의 얼굴에도 이내 웃음이 번진다.  “알게 된지 보름도 채 안 돼 아직은 서먹합니다. 휴대폰 번호를 교환하고서도 서로 연락도 못해봤는데, 오늘 하루 종일 서로 껌 딱지처럼 붙어 다니며, 친해지는 시간을 만들어 보려고요.”

광명시 여성단체협의회(회장 조선희·이하 여협) 회원과 관내 결혼이주여성들이 지난달 24일 특별한 나들이에 나섰다. 지난 4월 10일 ‘결혼이민자 친정 엄마 되어주기’ 결연을 통해 인연을 맺은 40쌍의 모녀가 관내 명소를 탐방하고, 주요 시설을 견학하며, 교감하는 시간을 가진 것이다. 이번 행사는 여협이 경기도 여성발전 기금과 일부 자부담으로 결연식을 가진데 이어 마련한 것이다.

대부분 결혼 이민자들이 아직 한국 생활이 낮선 이민 초보자들. 이날도 어린 아이를 데리고 온 엄마들이 상당수였다. 그러나 이미 장성한 자녀들을 둔 여협 회원들은 능수능란하게 초보 엄마들을 도우며, 외할머니 역할도 마다하지 않았다. 내 딸과 외손자를 살피듯 살뜰한 손길과 푸근한 눈길로 결혼이민 여성들을 이끌었다.
 

▲ 친모녀처럼 닮은 진방수씨와 손봉수씨  
출발시간이 다 돼 버스에 올라 자리에 앉자마자과자 껍질을 벗겨 서로의 입에 넣어 주는 한 모녀. 유독 다정하게 간식을 나눠 먹는 이들은 베트남에서 온 진방수(27) 씨와 손봉수(63)씨다. 진씨는 “아이가 아직 7개월 밖에 되지 않아, 엄마께 폐가 될까봐 와야 하나 말아야 하나 몇 번이나  망설였다”“그런데 엄마께서 아이 잘 돌봐줄 테니, 어린이 집도 데려가지 말고, 데려오라고 하셔서 길을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쪽. 휴대폰을 나란히 들여다보며, 깔깔 웃음을 멈추지 못하는 모녀가 눈에 띈다. 조은주(44)씨와 박지영(26)씨 커플이다. 모녀라기보다는 자매지간이라는 말이 더 잘 어울리는 이들. 박씨 휴대폰 속 가족사진과 그의 아들사진을 함께 보며, 수다 삼매경에 빠졌다.  필리핀에서 이민 온 지 5년이 된 박씨는 이름을 바꾸는 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를 조씨에게 들려줬다.
“필리핀에서는 시집을 오면 부인이 남편의 성을 따라가는데, 한국에서는 그게 아니더라고요. 그래서 처음에 제가 성을 박씨로 하겠다고 했더니, 시어머니가 깜짝 놀라 반대하셨어요. 그런데 제 설명을 듣고서는 그냥 받아들이셨죠.”
1대 1 결연식 이후 문자도 수차례 주고받았다는 조씨와 박씨. 사는 곳도 가까워 조만간 양쪽 가족들이 모두 모여 삼겹살 파티를 열기로 했다며, 돈독한 친분을 과시했다. 

   ▲ 통합관제센터에 도착하여 담당자의 설명을 경청하고 있다
오전 10시 30분 첫 견학지인 통합관제센터에 들어서자, 결혼이주여성들이 일순간에 술렁인다. 이유인 즉 통합관제센터가 위치한 광명시 철산별관 ‘노둣돌’에 다문화가족지원센터도 들어서 있었기 때문이다. 최근 시가 옛 소방서 건물을 새롭게 꾸며, 7개의 산하 기관을 옮겨왔는데, 통합관제센터와 다문화가족지원센터 역시 그들 중 하나다.

광명시종합사회복지관의 이주여성 무용 팀에서 활동 중인 요란(36)씨는 “평소 내 집처럼 드나들던 곳에 광명의 안전을 책임지는 통합관제센터가 있다는 것은 미처 몰랐다”“저도 초등학생 자녀가 있어, 아이 안전이 항상 신경 쓰이는데, 이곳의 수많은 카메라들이 아이를 지켜 준다니 안심”이라고 관람 소감을 밝혔다.
그는 아울러 “앞으로 이곳 노둣돌에 다문화 카페도 생길 것이라고 들었는데, 그렇게 되면 우리에게는 더욱 친근하고 편한 장소가 될 것”이라며 기대감도 감추지 못했다.


  ▲ 오리 이원익 선생의 종택에 도착, 문화관광해설사의 설명을 듣고있다.
이어 방문한 곳은 오리 이원익 종택. 아직 봄의 끝자락이라고는 하지만 오전 11시가 넘어서니 여름마냥 햇볕이 따가웠다. 어느새 솟아나온 이마의 땀방울을 훔치는 딸에게 양산을 펴 씌워주는 엄마들. 한 양산 아래 팔짱을 끼거나, 손을 맞잡고 다정히 걷는 풍경이 곳곳에서 연출된다.
그 중에서도 진짜 모녀인가 싶게 유난히 닮은 모습을 한 이차옥(66)씨와 이평(30)씨가 눈길을 끈다. 엄마 이씨는 “뒤늦게 막내딸을 하나 얻어 마음이 든든한데, 나와 얼굴까지 닮아 우리 둘은 정말 인연이지 싶다”며 꼭 잡은 딸 이씨의 손을 놓지 않았다. 결혼 전 한국 생활 경험이 있다는 이씨도 “제가 한국말이 능숙해 다른 커플보다도 더 많이 대화를 나눌 수 있어, 빨리 엄마와 정을 쌓게 됐다”면서“이미 엄마 집에도 다녀왔는데, 마치 진짜 친정집에 간 것처럼 마음이 따뜻했다”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문화관광해설사의 설명 중 어려운 내용이 있었는지, 연신 귓속말을 속닥거리는 임재옥(46)씨와 원유진(28)씨도 분위기 좋기로는 손에 꼽히는 커플이다. 특히 어린이집을 운영하며 다문화가정의 여성들을 많이 접했다는 임씨는 원씨가 더욱 친근하게 느껴졌다.
“오늘 바쁘신데 어떻게 시간을 내셨어요?”라는 원씨의 물음에 “아무리 바빠도 유진씨 만날 생각에 만사를 제치고 달려왔지”라고 임씨가 화답을 한다. 원씨가 다시 “엄마를 만나 오히려 제가 더 영광인 걸요”라고 말하자, “어휴! 이제 한국말도 제법 잘하네!”라며 임씨가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임씨는 이어 “혹시 아기 어린이집 때문에 걱정 되는 게 있거나, 아이 키우다 힘든 일 있으면 언제든지 나에게 연락해”라고 덧붙였다. 그 말만 들어도 믿음직스럽고 고마웠는지, 원씨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딸인 미라솔(23)씨의 돌잡이 아들이 자신의 손자와 비슷한 또래여서, 더 정이 간다는 강선애(57)씨. 그는 오전 내내 전전긍긍하며 쏟은 노력이 결실을 거두는 기쁨을 맛봤다. 낯가림이 심해 엄마만 찾으며 그렇게 울어대던 미라솔씨의 아들이 드디어 강씨의 손을 잡기 시작한 것이다. 
“안아주고 싶어도 나한테 오려고 하질 않으니, 딸을 거들어 줄 수 없어 안타까웠는데, 이 녀석이 드디어 나를 알아보네!”
엄마와 외할머니 손을 양손에 맞잡고, 이를 의지해 미숙한 발걸음을 옮기는 아이. 이들 3대의 뒷모습에서는 국적을 초월한 사랑이 피어났다.
이날 견학은 KTX 광명역, 메모리얼파크, 광명가학광산 동굴, 광명 스피돔 경륜장 등으로 이어졌다.
 
한편 시 여협은 오는 9월에도 결연을 맺은 모녀가 함께 한국 전통음식을 요리하며 친분을 다지는 ‘장금이 선발대회’ 행사를 개최하는 등 이주여성들에 대한 정서적 지원을 꾸준히 이어갈 계획이다. 

글/홍선희 진시민필 spanishi95@hanmail.net
사진/광명시 홍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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