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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톡톡

낮은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사회를 꿈꾸며

- 여성주간행사 기념 영화 '노리개' 를 보고...

  • 기자명 시민필진 신태균
  • 승인 : 2013.07.04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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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신인 여배우가 자살한다.
자칫 조용히 묻힐 뻔했던 이 사건은 고인이 생전에 남겼던 기록과 진실을 추적한 기자에 의해 세상에 공개된다. 굉장히 익숙한 사건이다. 그렇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바로 그 사건. [노리개]는 우리에게 익히 알려진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였으나 결론은 흐지부지되고 말았던 사건에 대한 일종의 씻김굿과 같은 작품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인터넷 상에서 속칭 대나무 숲이 유행하는 이유도 이와 비슷하다. 달리 말하자면 우리 사회가 아직도 개개인의 목소리를 제대로 담아내지 못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겠다.

영화 [부러진 화살]이 불러일으킨 반응에서도 알 수 있듯 공정성을 상실한 사회 시스템이 수용하지 못한 이야기들은 아직도 대나무 숲을 떠돌고 있다. 어린 시절 들었던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의 설화는 지금도 유효하다. 영화 [노리개]는 사무치게 울려 퍼지고 있는 그 목소리를 담아내고자 만들어낸 대나무 숲이다.

 

 

제18회 여성주간행사를 기념해서 광명시가 영화속에 녹아있는 여성의 삶에 공감하면서 여성의 인권을 함께 생각하는 시간을 마련하고자 지난 7월 1일 시민회관에서 최승호 감독의 ‘노리개’를 상영했다.
 
이 땅의 자본과 권력은 예전에도 그랬지만 스스로의 치부를 들춰내고 성찰하는 일에 여전히 인색하다. 때문에 사회 약자들은 광장에서 호소를 할 수 없으니 결국 대나무 숲을 이용할 수밖에. 그리고 그 대나무 숲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로부터 묘목을 받아서 심어야만 했다.

쉽지 않은 시도라는 명제 자체가 평가의 절대기준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쉽지 않은 시도였기에 되새겨 볼 가치가 부여되기도 한다. 대중들의 뇌리 속에서 서서히 잊혀지고 있던 사건에 대해 다시 한 번 환기해 볼 기회를 제공했다는 측면에서 [노리개]는 그 미덕을 인정받을 만하다.

게다가 이것은 영화 제작 스텝뿐만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의 의지가 결합해서 완성된 결정체이다. 기존의 미디어들이 외면하고 자본이 거부해온 시대정신의 결과물인 셈이다. 때문에 영화의 모티브가 된 것은 실제로 발생한 특정사건이지만 그것이 뿜어내는 정서의 결은 더 다양한 의미들을 담아낸다.

영화 속 재판이 난관에 봉착했을 때마다 기자와 검사에겐 조력자가 등장하는데 그들은 동료 여배우와 로드 매니저이다. 각자의 두려움과 불신 등 복잡한 감정들을 이겨내고 중대한 증언과 증거물을 내놓는 그들이 입증하는 것은 연대의 중요성이다. 탐욕스러운 기득권층에게 대항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약자들의 공동체가 중요한 것이 아닐까?

마침 내가 사는 이 도시가 여성친화도시를 표방하고 있다는 것이 다행스럽게 느껴진다. 비록 이 한편의 영화로 여성을 바라보는 시각이 확연히 달라질 수는 없지만, 더 이상은 대나무 숲이 필요 없게 될 세상을 위해 끊임없이 성찰하고 있다는 뜻 아니겠는가. 그리고 더 나아가 단단하게 결속된 인권도시로 거듭나기를 소망해 본다. 그 안에서 낮은 목소리들에 귀 기울일 수 있기를.

글/시민필진 신태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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