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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뉴스

"엄마, 이만하면 저도 장금이 부럽지 않겠죠?"

결혼이민자 장금이 선발대회

  • 기자명 시민필진 정현순
  • 승인 : 2013.10.21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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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이 안 익었으면 불을 약하게 줄이고, 물이 많으면 불을 조금 세게 하시고, 맛을 보면 안됩니다. 노련한 요리사는 맛을 보지 않아요. 그리고 국물은 넉넉히 담되 내용물은  너무 많이 담지 마세요.”

 

이날 대회 진행을 맡은 광명종합사회복지관 이정자 요리강사의 친정엄마같은, 조근조근하고 자상한 설명이 이어졌다. 그러고 보니 예전에 친정어머니가 음식을 할 때면 맛을 보지 않았지만 간도 잘 맞고 맛도 좋았던 기억이 났다. 손맛과 정성이 담겨서 그러했으리라.

지난 16일 광명시 여성단체협의회주최로 광명사회복지관에서 결혼이민자 친정엄마 되어주기 사업의 일환으로 ‘결혼이민자 장금이 선발대회’를 개최했다.

이번 행사는 한식 요리대회와 한국음식문화에 대한 특강으로 나누어 진행되었다.
한식 요리대회는 베트남, 인도네시아, 중국, 필리핀 등 6개국 출신의 이주여성과 친정엄마로 구성된 40쌍(80명)이 4인1조로 구성되어 갈비찜과 화전을 만들어 요리경연을 펼쳤다. 또 한국음식문화에 대한 특강을 진행해 한국음식의 기본양념과 조리법, 상차림을 소개함으로써 음식을 통하여 한국문화의 이해를 도왔다.

  ▲ 조희선 광명시여성단체협의회장

행사장 입구는 친정엄마와 딸들이 서로를 찾아 그동안의 안부를 묻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지난 5월10일 결연식을 시작으로 '빛의 광명 봄나들이' 행사를 통해 서로에 대한 이해와 친밀감을 높이는 시간을 마련했고 이번 장금이 선발대회는 함께 요리하면서 정을 쌓는 따뜻한 시간이 되었다. 

이번 행사를 준비한 조희선 광명시여성단체협의회회장은 “갈비찜은 한국 대표 음식이고 잔칫상에 쉽게 내놓을 수 있기도 하고 외국인들도 많이 좋아하는 음식이지요. 정성과 화려함이 있어서 화전과 갈비찜으로 정했어요.

처음에는 다문화 가정의 남편들이 아내들을 밖으로 내보려고 하지 않아 어려운 점이 많았는데 각 기관의 노력으로 오늘은 40쌍이 모두 참석하게 되어서 참 좋습니다. 이번 요리대회를 통해서 친정엄마와 딸들이 더욱 가까워지기를 기대해보고요, 앞으로도 지속적인 관심과 애정으로 다문화가정이 함께 하기를 기대해봅니다”
라고 말했다.

요리대회장의 분위기는 무척 뜨거웠다. 아무래도 낯선 음식을 만들어야하기 때문에 친정엄마의 도움이 많이 필요해 보였다. 딸과 친정엄마가 서로의 의견을 나누는 모습이 아주 정겨워 보였다. 요리 삼매경에 빠져 있는 다정해 보이는 모녀를 만나보았다.

  ▲ 칼 잡는 법부터 재료를 다듬는 법까지 세심하게 알려주는 친정엄마(오른쪽)와 그 비법(?)을 전수받고 있는 딸들(왼쪽)

광명7동에 사는 친정엄마 조은주씨와 한국이름을 가지고 있는 딸 박지영(필리핀)씨는“아마 친정엄마 중에서는 제가 제일 젊은 친정 엄마일거예요. 지난번 광명팔경을 견학 갔다 온 이후 오늘 만남이 세 번째 인데요. 딸과 함께 요리를 만드니까 한층 더 가까워진 느낌이 들어요.

우린 지영이의 아들, 그러니까 손자와 카톡으로 안부도 주고받고 게임도 같이해요. 오늘 요리가 아주 맛있게 될 것 같아요.” 친정엄마의 자세한 가르침과 설명으로 요리에 흠뻑 빠져있는  딸 박지영씨도 “엄마와 소풍도 갔다 오고 갈비찜, 화전을 만드니깐 기분이 많이 좋아요. 엄마와 같이 해서 갈비찜 만드는 것도 어렵지 않구요. 오늘 요리한 갈비찜을 집에 가서도 식구들한테도 만들어 줄 거예요.”
하며 환하게 웃는다.

  ▲ 비록 손은 서툴어도 마음만은 정성을 다해 요리재료를 다듬고 있는 딸들(왼쪽부터 브티흐엉과 박지영씨)

옆에서 친정엄마가 딸에게 “이번에는 설탕은 조금만 넣고 그렇지. 마늘도 넣고....”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또 다른 친정엄마 이경숙씨와 3년 전 베트남에서 온 딸 브티흐엉 양도 만나보았다. 부띠흐엉 양은 “엄마가 가르쳐 줘서 좋아요. 식당에서도 먹어봤는데 오늘 만든 것이 더 맛있을 것 같아요. 집에서도 전에 한 번 갈비찜을 만들었었는데 식구들이 맛있다면서 좋아했어요.”라고 말했다. 이처럼 그곳의 열기는 용광로처럼 뜨겁기만 했다.

 

경연대회이니 만큼 심사가 있기 마련이다. 심사위원은 요리전문가 외 2명으로 구성되었다. 심사위원들 역시 대회에 참가한 사람들만큼이나 눈 코 뜰 새 없이 바빴다. 요리를 하는 내내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하며 수시로 기록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어느 한 팀이라도 소홀하게 넘길 수 없는 일이기에.

  ▲이날 심사위원으로 나선 신혜정 광명종합사회복지관장은  "맛도 중요하지만 오늘 심사의 가장 큰 기준은 엄마와 딸의 화합에 있다"고 말한다.

심사위원을 맡고 있는 신혜정 광명종합사회복지관관장을 만나보았다. “심사기준은 첫째는 두 모녀간의 화합, 즉 어느 한쪽의 주도적인 모습, 일방적으로 쫓아가는 모습이 아니라 서로에게 가르쳐주고 경청하는 모습이 중요해요. 한마디로 서로 소통하는 모습입니다.

두 번째는 전체적인 솜씨라고 할 수 있겠네요. 실제적인 맛과 질감, 장식의 기술이 필요하기는 하지만 그렇게 엄청난 기술이 필요하지는 않잖아요. 잘 하려고 하는 정성과 노력하는 자세를 많이 보고 있어요. 그리고 오늘처럼 결혼 이주여성들을 위한 여러 행사가 더 많이 알려져서 이주여성들이 당당하고 자연스럽게 지역사회와 조화를 이루어 잘 살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갈비찜을 익히는 동안 먹기 아까울정도로 예쁜 화전도 만들기 시작했다. 화전을 만들 때에는 신중에 신중을 기하는 모습들이었다. 찹쌀을 반죽하고 조금씩 떼어 둥글게 만들어 펴준 다음 그 위에 대추와 쑥갓을 예쁘게 잘라 올려 한껏 모양을 내는 것이다. 섬세함을 필요로 하기에 그들의 모습은 더욱 진지해보였다.

 

갈비찜과 화전 만들기가 모두 끝났다. 두 가지 요리를 접시에 예쁘고 정성스럽게 담았다. 먹음직스럽게 담은 음식접시를 조 별로 식탁위에 올려놓았다. 3명의 심사위원들이 조별로 나누어 놓은 음식을 맛과 정성을 느끼면서 요리 점수를 채점하기 시작했다. 요리대회에 참석한 모든 사람들이 자신들이 만든 음식 맛을 볼 때에는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음식 시식이 모두 끝나고 드디어 수상자들이 발표되었다. 수상자 발표를 맡은 심사위원은 “모든 분들이 아주 열심히 잘해주셔서 수상자를 정하기가 정말 힘들었어요. 0,4점차이로 순위가 밀려나기도 했어요. 순위에 연연하지 않고 참가했다는데 의미를 두었으면 합니다.

갈비찜은 맛이 부드럽고 요리시간이 적절했나를 중점으로 보았고, 화전은 타지 않고 노릿 노릿하고 바싹한 맛을 기준으로 채점을 매겼어요. 그럼 수상자들을 발표하겠습니다. 
3위는 92,6점으로 A팀2조, 2위는 93점으로 A팀8조, 1위는95점으로 B팀5조입니다.”

  ▲ 심사위원들이 친정엄마와 딸들이 만든 갈비찜과 화전을 맛보며 평가중이다.

순위가 발표될 때마다 펄쩍펄쩍 뛰면서 함성소리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수상한 팀에게는 요리할 때 좋은 프라이팬이 부상으로 수여되었다.

영광의 1위를 차지한 유길자 요란(중국)모녀, 라오님 목연걸(중국)모녀들을 만나보았다. 딸들은 한결같이“이번 대회에 참석하게 되어서 정말 좋았어요. 만들기가 어려웠지만 엄마들이 많이 도와주어서 맛있게 잘 할 수 있었어요. 특히 화전은 예쁘고 맛도 좋았어요.”

친정엄마들은 “오늘 일은 정말 좋은 추억으로 남을 것 같아요. 이렇게 예쁘고 밝은 딸을 만나게 해주어서 감사한 마음입니다. 딸들이 잘해 줘서 우린 보조역할만 했어요. 음식을 만들면서 정도 더 많이 들었고 한층 더 가까워진 느낌입니다. 앞으로는 가끔 만나서 밥도 먹고 쇼핑도 함께 할 생각이에요.”라고 말하는 그들의 얼굴에서는 미소가 끊이지 않았다.

  ▲ 친정엄마와 딸의 맛의 진수를 보여준 영광의 1위를 차지한 유길자 · 요란 모녀와 목연결 · 라오님 모녀(왼쪽부터)

뒷정리까지 말끔하게 끝내고 모두 헤어져 각자의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 되었다. 헤어짐이 아쉬웠는지 쉽사리 헤어지지 못하고 손을 어루만지면서 “배도 불러서 힘든데 이 무거운 상품을 어떻게 들고 가지?” “걱정하지 마세요. 가지고 갈 수 있어요.”한다. 만삭이 된 딸의 뒷모습이 희미해질 때까지 손을 흔들어 주는 친정엄마의 애틋하고 정겨운 마음의 긴 여운이 나의 발목을 잡았다.

글/진시민필 정현순  사진/광명시청 홍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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