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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뉴스

이 아이들이 어떻게 내게 오게 되었을까?

왕언니 멘토 박혜란이 들려주는 육아와 교육의 비법

  • 기자명 시민필진 옥연희
  • 승인 : 2013.10.21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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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학자 박혜란(68세)씨의 강연은 '귀한 아이는 얻었지만 막상 어떻게 부모 노릇을 해야 할지' 갈피를 잡기 어려워하는 이 시대 젊은 부모들을 위한 따뜻하고 재미있으면서도 따끔했다.

지난 10월 19일, 청명한 날씨에 단풍 소식이 들려오는 토요일 오전, 광명시 중앙도서관 강당에서는 자녀교육 특강 ‘좋은 부모가 된다는 것’이라는 제목으로 박혜란 씨의 강연이 있었다.

박혜란 씨는 여성학자이지만 아들 셋을 서울대에 보낸 장한 엄마, 가수 이 적의 엄마로 더 잘 알려져 있다. 그러니 그가 밝히는 육아 교육 비법 대 공개라는 말에 솔깃해지지 않을 부모가 있을까?

 

과연 120석 규모의 도서관 강당은 30대 젊은 엄마들은 물론 아빠들도 적잖이 자리를 함께 한 가운데 꽉 차 있었다. 아기를 어르거나 유모차를 밀면서도 끝까지 강연 내용을 놓치지 않고 호응하는 그들의 모습은 사뭇 진지했다.

 박혜란 씨는 마치 옛날이야기라도 풀어 놓듯 자신이 아이를 기르던 1970년대 시절부터 구수하게 들려주었다. “대학 시절 과외 교사를 해보니 돈을 들인다고 혹은 얘가 노력 한다고 다 공부를 잘하는 건 아니고 공부라는 ‘적성’에 맞는 얘가 있는 걸 알았다. 그랬기에 자신은 자식을 기를 때 ‘억지로 공부 시키지 않겠다. 그저 실컷 놀게 하고, 독립적으로 살게 하겠다.‘고 마음먹고 주위의 온갖 우려에도 불고하고 소신대로 따랐다.”고 했다.

그래도 그렇지, 아들들이 다 서울대까지 갔을 때는 비결이 있지 않겠는가? 그런 의문에 대한 답으로 박혜란 씨는 “집에서 엄마도 책 읽고 애도 책을 읽었으며, 아이들을 서점에 데리고 가서 화제가 되는 신간은 모두 사줬노라.”고 말하였다.

이어서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 선행학습은 일체 없었으나마 학생으로서의 자세는 가르쳤다. 그 가운데 하나가 둘째 아들 이 적이 ’힐링캠프‘에서 말했다는 ’공부시간에는 선생님 눈을 똑바로 쳐다보라‘는 거다. 많이 뛰어 놀고 싶으면 수업 시간 내에 배운 내용을 소화해야 할 것이고, 그러려면 선생님 눈을 봐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본인은 정작 이런 말 했다는 걸 까맣게 잊고 있다가 아들이 TV에서 말하는 걸 보고 떠올렸다고 한다. 이렇듯 “엄마가 한 말 가운데 어떤 말을 아이가 기억할지 모르니 혹 아이에게 화가 나도 참고, 모멸감을 주는 말은 말고, 사랑의 말을 하자. 그렇게 참는 것이 바로 어른이다.“라는 당부의 말씀을 하였다.

 
 
공부 시간에 집중하게 되면 수업이 3D 입체 영상으로 입력될 것이고, 시험공부 할 때도 수업장면이 떠오를 테니 얼마나 효율적으로 복습이 되겠는가? 정말 박혜란 씨의 말을 들으니 사교육으로 아이는 지치고, 부모는 어렵고, 학교는 황폐해지는 이 삼박자 악순환이 ’학교 수업 시간에 잘하기‘로 해결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학벌의 단 맛과 쓴 맛을 보고 있는 우리 부모 세대가 과연 공교육보다는 사교육에 올인하지 않을 수 있을까?
이에 대해 박혜란 씨는 부모가 빨리 미래를 보는 눈을 기르자고 했다. “지금 세상은, 특히나 대한민국은 급속도로 바뀌고 있다. 21세기가 지식, 정보, 문화의 시대라는데 그 실체가 무엇인지 우리 부모들은 과연 알고 있는 건지?

둘째 아이가 서울대씩이나 나와서 가수를 한다고 어른들은 못 마땅해 했지만 정작 그 아이는 기성세대가 선망하는 교수직보다 10배는 더 벌며, 저작권료로 매달 벌어들이는 돈도 어마어마하다. 개성과 창의를 기르지 못했다면 이런 지적 재산을 어떻게 누려볼 수 있겠는가? 그러니 성적에 목매기 보다는 조용히 아이의 ‘적성’을 살펴보고 밀어주자. 그래야 아이도 살고, 창의성도 발휘되고 부모도 산다.”
는 얘기였다.

박혜란 씨 스스로도 “내가 자식 잘 키웠다고 생각하는 것은 죄다 서울대를 가서가 아니라, 아들들이 하고 싶은 일 하면서 행복해하고 또 그 일로 밥을 먹고 살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단언하였다.

 

한편 머리로는 알겠는데 막상 아이를 대하면 속이 터지고 답답한 이 현실은 어떻게 할 것인가?
이에 대해 박혜란씨는 “(아이를) 보지 않는게 답이다.” 라는 명쾌한 답을 주었다. “우리도 부모 노릇만 하다가 죽기에는 정말로 수명이 길어진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러니 부모도 내 인생 살면서 재미도 있고, 의미도 있는 삶을 추구할 때 행복해지고, 아이들도 온전히 자기 길을 찾아갈 수 있다.

아이에게 오버도 올인도 하지 말자. 차라리 아이 잡고, 돈 잡아먹는 노력을 내 자신에게 돌리고, 미래의 흐름을 읽어보자. 결국 좋은 부모가 된다는 것은 내가 좋은 인간이 된다는 것이며 행복하고 긍정적인 삶의 태도를 가지려 노력하는 것이다.”
라는 맺음말에 청중 속에서는 환호와 박수가 터졌다.

강연이 끝난 후 청중과의 대화 시간이 이어졌다. “어떻게 하면 아이의 적성을 알 수 있느냐?”는 한 엄마의 질문부터 나왔다. 박혜란 씨는 “적성은 아는 것이 아니라 저절로 드러나는 것이다. 아이를 가만히 놔두고 심심함을 느낄 때까지 내버려두면 그 때 드러나는 것이 바로 적성이다. 우리 부모들이 잘 몰라서 그렇지 아이를 믿고 기다리는 것, 간섭이 아닌 관심을 갖고 기다리는 게 바로 적성 발견의 길이다.”는 답을 주었다.
 
“아이들 키우면서 실수하거나 후회되는 일은 없으시냐?”는 어느 아빠의 질문도 나왔다. 박혜란씨는 “엄마인 자신이 너무 바빠서 라면을 많이 먹인 것, 자가용도 없던 시절이라 잘 놀러다니 못해선지 아이들이 자연친화적이지 못한 점 등이 지금도 미안하다.”고 하였다.

일등 정도가 아니라 특등 엄마라고 여겨지는 박혜란 씨에게 이런 솔직한 고백을 들으니 오히려 친근함이 느껴졌다. 또 아이를 사랑한다고 하면서도 남과 비교하고, 사랑하면서도 공부라는 조건을 다는 그런 큰 실수를 한 건 아니지 않은가?

 '이 아이들이 어떻게 내게 오게 되었을까?'라고 신기해하며 즐겁게 육아를 감당했던 박혜란씨의 사랑이 이런 작은 허물을 넉넉히 덮었던 것 같다.

 

 강당을 나서며 박혜란 씨는 두 시간 짜리 짧은 강연이라 충분히 할 얘기를 다 못했다며 아쉬워한다. 그러나 그의 강연은 부모의 자세, 자녀 교육, 공부 비법, 미래 사회에 대한 전망, 고령사회에서 의미 있게 살기까지를 두루 아울렀던 통찰력 있는 강연이었다.

요즘도 끊임없이 책을 읽고 활동하는 현역이라서 일까? 68세라는 나이가, 손주를 여럿 둔 할머니라는 사실이 도저히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활기가 느껴지는 왕언니 멘토 박혜란씨에게 우리가 들을 얘기는 앞으로도 무궁무진하지 않을까 싶다.

글 · 사진/시민필진 옥연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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