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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뉴스

청년들이여, 지금 무엇을 작당하고 있는가?

<2013 사회적경제 토크콘서트> 세 번째 이야기 ‘마을에서 청년들, 작당하다’

  • 기자명 시민필진 옥연희
  • 승인 : 2013.11.11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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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 뻔한 진로 각본을 거부하는 청년들이 있다.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대학 가고, 졸업하면 돈 많이 주거나 안정된 직장에 들어가고, 결혼해서 차 사고 집 사는, 부모가 원하고 사회가 인정하는 그런 길을 가지 않는 청년들이다.

그럼에도 그들은 굶어죽기는 커녕 누구보다도 재미있고 의미 있는 삶을 마을 사람들과 더불어 살며, 나름의 경제를 꾸려나가고 있다. 이들이 청춘을 걸며 보여주는 경제가 바로 ‘사회적 경제’이다. <2013 사회적경제 토크콘서트> 세 번째 이야기인 ‘마을에서 청년들, 작당하다’는 바로 그들을 만날 수 있는 자리였다. 

 
 
지난 11월 8일 오후 3시가 가까워지는 시간, 청년 잡스타트에 참여 중인 젊은이들을 포함, 진로와 취업을 고민하는 청년들이 광명시 평생학습원에 모여들었다. 이 시대에 불안함이라는 짐을 누구보다도 무겁게 지고 있을 그들이 들었던 얘기는 과연 뭘까?

우선 진행을 맡은 이수연씨는 ‘사회적 경제’가 무엇인지 뜻풀이를 하였다. 설명에 따르면 ‘사회적 경제’란 서로 도우며 함께 잘 살기 위한 경제로 종래의 자본주의가 인간을 이기적인 존재로 보면서 경쟁이나 이윤을 추구했다면 그것을 비판하며 등장한 새로운 경제라는 것이다.

첫 순서로 등장한 오늘의 메인 강사는 김가영씨였다. 상추 팔아 ‘김연아 다음’ 최연소 100인의 리더가 된 기업가, 9년 농사 끝에 100억의 매출을 올리게 된 농부 CEO이다.

 

불과 스물여덟의 나이에 이루어낸 어마어마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정작 그 자신이 처음 농촌에 가게 된 것은 순전히 자신의 부족함 때문이었다고 했다. “최고가 되라는 사회에서, 빠르게 발전하는 사회에서 특이하기만 하고 부족하기만 한 나 자신은 아픔이었다. 나보다 느린 발전 과정에 있는 곳에 가고 싶었고, 흔하지만 클래식인 농업을 하고 싶었다. 긴 생머리에 치마 차림을 한 도시 처녀인 내가 농사를 짓는다고 했으니 그 모습이 어떠했겠는가?

하지만 처음 열 평 남짓한 밭에 상추를 심고 하루 18시간을 정말 상추를 사랑하며 지내다보니 어느 덧 만 팔천평의 상추밭이 생겼고 이젠 생생농업유통 대표와 국대떢볶이 이사를 지내고 있다“

이런 이야기라면 자수성가한 사람들의 여느 성공담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수매가 경쟁을 하느라 몇 십년간 분위기가 싸했던 한 집성촌에 들어가 모두에게 적정 가격의 돈을 받게 함으로써 서로 믿고 협동하는 마을 분위기가 형성된 이야기, 67세 이상의 할머니들을 농업의 장인으로 존경하며 월 180만원을 드리는 이야기를 듣다보면 마을도 살아나고 노인 복지 문제도 일정 부분 풀리는 ‘사회적 경제’의 힘을 느끼게 된다. ”가장 흔한 농업이 특별해지는 순간 창조가 이루어진다. 도시 청년들이 어서 농촌에 가서 창의성도 발휘하고 빈 곳도 메꾸자“는 말로 김가영씨는 강연을 맺었다.

비영리단체인 비움과 채움 대표 김윤옥씨는 ‘나의 오지랖으로 세상을 바꾸겠다’는 당찬 포부를 갖고 있다. 소하동에 재활용품 가게인 ‘마을가게 살림’을 꾸려가며 얻은 수익으로 장애인 음악단을 지원하는 등 직접 복지를 실현하는 중이다. 김윤옥씨는 활동 얘기와 함께 청중들에게  “나는 어떤 사람이며, 왜 여기에 살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늘 던져가며 자신의 인생을 살아보자. 자신도 그랬지만 완전 독립해서 스스로를 책임지는 삶을 살면 더 많은 것을 인생에서 배울 수 있다”는 당부의 말을 하였다.

 

‘청춘행성 209호’라는 청년 커뮤니티 공간을 운영하는 김동혁씨는 고등학교 시절 교내 축제를 기획하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되었다는 문화기획자이다. 다양한 직업을 가진 동네 친구들이 행복하게 살지 못하는 걸 보고 마을 속에서 서로 비빌 수 있는 언덕을 마련해보고자 ‘청춘 행성 209호’라는 공간을 올 해 함께 꾸며보았다고 했다. 그는 내년에도 청년학교, 대안적 삶, 즐겁게 놀기를 목표로 청년들이 마을에서 행복한 일상을 살아가는 일을 해보고 싶다고 했다.

강연에 참가한 사람들의 치열한 활동 얘기만큼이나 열띤 질의응답 시간이 이어졌다. “청년들에게 권하고 싶은 일을 말해 달라”는 주문부터 있었다. 이에 대해 강연자 대부분은 “행동하자, 부딪혀보자. 혼자 살 수 없는 세상, 소통하고 공유하는 연습을 해보자. 하고 싶은 일이 없는 게 고민이라면 할 수 있는 게 뭔지 살펴보고 그 지점에서부터 시작하라”고 말했다.

“사회적 경제를 하면 행복할 것 같긴 한데 많이 벌지 못한다는 생각에 젊은이들이 덜 몰릴 것 같다. 사회적 경제를 추구해도 부자로 살 수 있겠느냐?”는 질문도 나왔다. 이에 대해 강연자 김동혁씨는 “통신비니 술값이니 하는 우리의 소비에 주목해보자. 과연 우리의 소비가 꼭 필요한 만큼 이루어지는가? 그 이상은 아닌가? 또 공동 육아나 공동 주택 등으로 다르게 소비하거나 적게 소비할 방법은 없는지 검토해보자”고 대답했다.

 우리는 지금 자본주의라는 일반적인 경제와 사회적 경제라는 대안적 경제 사이의 징검다리 시대에 살고 있다. 경제활동을 막 시작하려는 청년들에게 이런 삶의 선택은 무겁게 다가올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자본주의만이 유일하게 또는 마땅하게 갈 길이 아니고 사회적 경제라는 또 다른 선택지가 있다면 우리는 아마도 덜 불안하고, 더 자유로우며, 다양한 삶의 가능성을 상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기에 마을에서 사람을 중심으로, 함께하는 경제를 막 시작한 이들의 행보에 박수를 보내며 또 다른 세상의 펼쳐짐을 기대하게 되는 것이다.

글 · 사진/시민필진 옥연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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