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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뉴스

"올해도 아삭아삭한 김장김치 꼭 가져다 줄 거지?"

2013 사랑의 김장 담그기

  • 기자명 시민필진 정현순
  • 승인 : 2013.11.18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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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워서 하는 일이라 하나도 힘들지 않아요~~~”
“뭐야, 솔직히 말해. 접대성 멘트 말고”
“알았어. 알았어... 몸은 힘들지만 누군가가 해야 하는 일이잖아요. 하지만 늘 하던 일이라 보람 있게 하고 있어요. 그리고 여기에서 김장 담그면서 젊은 엄마들은 김장 담그는 법을 배우기도해서 아주 좋아요”
이번 김장에 참여한 새마을협의회원 및 통장 등 각 봉사자들의 입담이 쏟아져내린다.

 

지난 15일 2013년 사랑의 김장 담그기가 철산1동주민센터에서 있었다. 14일에는 배추를 절이고 15일 새벽부터 절여진 배추를 씻고 무채를 썰고 갖은 양념으로 버무리고 배추소를 넣는 사랑의 김장 담그기가 시작되었다. 이번 사랑의 김장 담그기는 관내 독거어르신, 경로당 등 어려운 이웃1000여 세대 및 복지관에 지원된다.  각동 주민센터에서 총11,800포기를 담글 예정이고 이 날은 700포기를 담갔다.

 

낙엽이 하나둘씩 옷을 벗어가고 길에는 떨어진 낙엽들로 융단 길을 만들어가고 있는 초겨울의 날씨가 찾아오고 있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15일은 날씨도 도왔는지 햇볕도 좋고 바람도 없었다.

이 날 김장 담그기 행사에는 철산1동 새마을 부녀회원들을 비롯해 각 단체 회원 등 대략 60여명이 참석했다. 그들은 분주하게 그러나 아주 철저하게 분업화가 되어 김장 담그기가 일사천리로 진행이 되고 있었다.

호탕한 웃음소리가 들려오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절여진 배추를 다듬고 있는 장혜정(철산1동 통장협의회)씨는 “우리가 담근 김치를 어른신들이 맛있게 드시는 것을 생각하면 보람되고 행복해요. 운동도 하고 일도 하지만 이런 일이 항상 우선 순위에 있어요. 겨울철 김장뿐 아니라 이렇게 도움이 되는 일이 자주 있었으면 해요” 라며 씩씩하게 배추머리를 다듬고 있었다. 

 

김치소를 넣는 사람들 중에 유독 젊은 남자가 눈에 띄었다. 아주 익숙하게 배추 양념을 버무리는 모습이었다. 김주희(철산1동 공익요원)씨는 “처음에는 힘들었는데 옆에서 잘 가르쳐 주셔서 할 만해요. 생전 처음 해보는 김장인데 그 동안은 집에서 김치 먹으면서 아무생각 없이 맛이 있네 없네 하고 타박을 했는데 앞으로는 그러지 못할 것 같아요. 이렇게 손이 많이 가고 번거롭고 힘든 것을 처음 알았거든요. 제가 비록 서툰 솜씨로 만든 김치이지만 어른신들이 드실 생각을 하니 기분 좋습니다”라고 말했다.

힘든 일을 하면서도 웃음소리와 소곤소곤 이야기 소리는 끊이지 않았다. 마치 축제의 한마당 같았다. 그런가하면 한켠에서  다정하게 굴을 씻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굴이 아주 싱싱하네요.”
“그렇지요. 저희는 이렇게 싱싱한 굴 뿐 아니라 생새우, 새우젓, 멸치젓들을 모두 싱싱한 것으로 구입해요. 해서 시원하고 맛있다는 소문이 파다하답니다.  그런데 어제 김장준비를 하려고 나왔는데 독거어르신 중에 한 분이 새벽기도를 다녀 오시다가 뒤로 넘어져 병원에 입원했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그래서 병원에 찾아갔더니 어르신이 무척 좋아하시며 '나 없어도 맛있고 아삭아삭한 김장김치 꼭 갖다 줘야한다'고 말씀 하시는 거예요. 어르신이 오랫동안 병원에 입원하셔도 우리가 보관해났다가 갖다 드릴 테니깐 걱정하지 마세요. 하고 왔는데 다행히도 오늘 퇴원한다고 하네요. 그런 말을 들으면 우리를 기다리는 손길이 있다는 것에 보람도 되고 기분도 좋아져요”
하며 한성숙(철산1동 새마을부녀회)씨가 말했다.

 

너무나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 그래서 말을 걸기조차 조심스러운 김은숙 철산1동 새마을부녀회장을 잠시 만날 수 있었다. “여기에서 일하시는 분들의 마음, 이 분위기가 제 마음입니다. 우리가 갖다드리면 그분들이 좋아하시는 것을 보면 오히려 저희들이 더 감사한 마음이 들고 힘이 나기도  해요”하며 모자를 눈썹까지 덮어내렸다. 사실 이 날 새벽에 나오느라 눈 화장도 못하고 나왔다며 짧은 인터뷰마저 거부하는 그였다.  여기저기에서 그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어 더 이상의 인터뷰는 어려웠다.

그 때 어디에선가 힘찬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자자~ 여러분 5분만 쉬었다 합시다. 너무 오랫동안 일을 하면 몸이 힘들어요.”라는 목소리의 주인공은 양기대 광명시장이었다.  아주 익숙한 솜씨로 배추소를 넣는 모습을 불과 2~3분전에 본 것 같은데. 그새 땡땡이(?)를 치는 것일까? ㅎㅎ 아무튼 양시장은 음료수병을 들고 김장 담그기에 여념이 없는 부녀회원들에게 일일이 음료수를 따라주고 있었다. 그들은 음료수 한 잔에  그 동안의 피로를 잊은 듯, 얼굴은 함박웃음으로 가득했다.

 

 

그러가하면 사진을 찍고 있는 나에게도 싱싱한 굴을 넣어 배춧잎으로 말아올린 커다란 쌈을 밀어 넣는 고마운 분... 누군가가 옆에 있으면 맛을 보라고 쌈을 싸서 먹여주는 인심좋고 정겨운 모습이 여기저기에서 연출되고 있었다. 남자도, 나이든 사람도 그들이 내미는 쌈을 먹으려고 입을 크게 벌리고 받아먹는 모습을 과연 어디에서 볼 수 있을까?

김충숙 광명시새마을부녀회장은 “ 누가 시켜서 하는 일은 아니지만 가끔은 힘들고, 소외감도 들고, 어려울 때도 있지요.  하지만 이렇게 만든 김치를 갖다드리면 모두들 무척 좋아하세요. 그럴 땐 보람도 크지요. 또 어른신들이 고맙다고 손도 잡아주시면 힘이 나면서 '아 또 와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곤 하지요.”

 

 

이번 김장을 하기 위해서 지난 봄에 우리 지역에서 배추를 계약재배 했다고 한다.  완성된 김치는 한 상자에 15Kg씩 담아 각 가정에 배달이 된다. 행여 덜 들어갈세라 저울의 눈금을 자세히 보고 또 본다. 어느새 상자는 점점 높이 쌓여 갔다. 

휘휘 둘러보아도 누구 한명 꾀를 부리는 사람은 없었다. 자신의 위치에서 부지런히 움직이는 모습이다.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것을 이웃과 함께 나누는 그들. 그런 그들은 한결같이 보람되고 즐겁고 좋다는 말로 일관한다. 그런 마음이 얼굴에도 나타나는 듯 했다. 해마다 담그는 사랑의 김장김치는 김치 그 이상이었다. 그들의 사랑의 탑은 점점 높이높이 쌓여가고 있었다.

 

 
글/시민필진 정현순   사진/시 홍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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