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비가 주룩주룩 내린다. 여름비처럼 하염없이 쏟아진다. 가을비 치고는 제법
많은 양이다. 봄부터 가을까지 심한 가뭄 탓에 지금 내린 비는 ‘단비’라고 부른다.
비가 달다는 뜻이다. 얼마나 기다린 비 였으면 비가 달다고 했을까?
11월의 비, 빗속에 가을이 깊어간다. 비 그치면 추워진다. 겨울이 오기전의
짧은 시간을 만추라고 한다. 늦가을 풍광은 찰라의 순간이지만 아름답다.
울긋불긋한 단풍이 전성시대를 마감하고 낙엽이 된다. 빗방울과 함께
땅바닥에 떨어진다. 비가 내리는 11월은 평범한 하늘과 평범한 나뭇잎일지라도
특별해진다.
비 오는 날에/나는 빗물이 되고 싶다/
그리운 당신의 어깨를 촉촉이 적시는/빗물이 되고 싶다.//
비 오는 날에 나는 강가에 피어 오르는/하얀 안개가 되고 싶다/
그리운 당신의 온몸을 감싸 안아 줄 수 있는/하얀 안개가 되고 싶다.
비 오는 날에 나는 내리는 비를 맞으며/하염없이 걷고 싶다/
그리운 당신의 우산을 기다리며 하염없이/그 길을 걷고 싶다.//
비 오는 날에 나는 비를 따라 흩날리는/작은 바람이 되고 싶다/
그리운 당신이 머무는/그 곳으로 내 향기를 날려 보낼 수 있도록//
어딘가에서 나를 향해/따뜻한 가슴으로 안아 줄/
그리운 당신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당신의 향기를 느껴보고 싶다.//
하원택 시인의 <비 오는 날>의 전문
빗속에서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본다. 화려했던 단풍이 와락 달려 든다.
우산 속의 작은 감동이다. 가을은 남자의 계절이라고 한다.
시인의 노래처럼 센티한 기분으로 당신의 우산을 기다리며 걷고 싶다.
바람이 일자 비처럼 우수수 떨어지는 나뭇잎, 한때는 초록으로 사랑을 받았고,
조금 전까지는 단풍으로 뭇사람들의 사랑을 독차지 했을 것이다.
고왔던 시절은 가고 이제 젖은 낙엽이다. 융단처럼 바닥에 깔린 낙엽이
울긋불긋하다. 길바닥이 화려하다. 저마다의 색깔로 가을을 이쁘게 수 놓는다.
모두가 한 폭의 그림이다. 가을비 우산속에 그려진 길거리의 수채화다.
글, 사진 시민필진 박성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