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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들에게 편지 쓰고 싶어요”
“가족들에게 편지 쓰고 싶어요”
  • 시민필진 김은정
  • 승인 2016.05.10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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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광명종합사회복지관 한글학당 강사 김춘년 씨

몽당연필. 요즘은 보기 힘든 것 중 하나다. 하지만 이 몽당연필을 심심찮게 볼 수 있는 곳이 있다. 바로 광명종합사회복지관 ‘한글학당’이다. 한글학당이라… 대체 무엇을 가르치고 배우는 곳일까? 얼핏 아름다운 우리 옛말을 배우는 곳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지만, 아니다. 한글학당에서는 어르신들을 위한 ‘문해교육’이 진행된다. 그런데 문해교육이라는 말 또한 다소 생소하다. 사전에서는 문해교육을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을 기르기 위한 교육’이라고 정의해 놓고 있다. 그렇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겪은 어르신들은 먹고 사는 것조차 어려워서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 그런 까닭에 한글을 읽고 쓰지 못하는 어르신들이 있다. 그 어르신들의 서글픔과 불편함을 풀어드리기 위해 지난 1993년부터 광명종합사회복지관에서는 초급, 중급, 고급과정의 한글학당을 운영하고 있다.

한글학당 어르신들은 한글공부를 마치고 나면 하고픈 게 있다. ‘혼자서 은행업무를 보겠다’, ‘가족들에게 편지를 쓰겠다’, ‘손주들과 카톡을 주고받겠다’ 등.
“한글 모르는 게 분명 당신의 잘못이 아니건만, 가족들 몰래 공부하는 분들이 계세요.”
현재 광명종합사회복지관 한글학당에서 중급과정을 책임지고 있는 김춘년 강사의 말이다.

 김춘년 강사는 17년 전부터 어르신들께 한글을 가르쳐왔다.
“처음 문해교육을 하게 됐을 때는 한글 모르는 분들이 별로 없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웬 걸요. 생각보다 많으시더라고요.”
개인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통상적으로 문해교육은 1년 과정이다. 기역, 니은도 모르던 어르신들이 일주일에 두 번씩 열심히 교육받고 자유자재로 한글을 읽고 쓰는 모습을 보면 김춘년 강사는 뿌듯함에 젖어 든다고.

한글학당 어르신들 사이에서 김춘년 강사는 스타 강사로 통한다.
“제 나이가 쉰이에요. 고향은 경북 안동이고요. 지금은 중학교가 의무교육이죠. 하지만 제가 어릴 때만 해도 안동에서는 여자아이가 중학교에 진학하는 경우가 그리 흔치는 않았어요. 2남 2녀 맏딸로 연년생 동생이 있지만 어려운 형편임에도 부모님의 지원으로 중학교를 다닐 수 있었습니다.  두 아이의 엄마가 돼서 늦깎이 여고생이 되어 어린 학생들과 함께 공부했고 대학교 아동복지학을 전공하여 지금껏 봉사활동하며 열심히 잘 살고 있습니다."

김춘년 강사가 어르신들에게 인기가 있었던 이유는 동병상련의 공감대 때문이었던 것.
어릴 적부터 책 읽는 것을 좋아했던 김춘년 강사는 5년 전 문단에 등단했다.

“허락한다면 앞으로 10년 정도는 어르신들 대상으로 문해교육을 계속하고 싶어요. 저를 믿고 마음 속 얘기를 털어놓으시는 어르신들을 뵙는 게 좋거든요. 10년 후부터는 조용히 글 쓰면서 지내는 게 제 꿈입니다.”

해마다 스승의 날이면 맞춤법도 틀리고, 문법도 틀렸지만 어르신 학생들한테 편지 받는 기분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행복하다는 김춘년 강사. 그녀에게는 한가지 바람이 있다.

“어르신들이 한글을 모르는 건 창피한 일이 아니에요. 한글학당을 찾는 할머니들은 많은데, 할아버지들은 별로 안 오세요. 이제는 할아버지들도 용기를 내셔야 할 때인 것 같아요.”

한글을 읽고 쓴다는 것. 밥 먹듯 당연한 일이지만 누군가에게는 간절한 소망이기도 하다. 그 누군가의 간절한 소망을 이뤄주기 위해 김춘년 강사는 매주 월요일과 수요일이면 한글학당으로 출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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