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우! 환상이이예요. 동네에 이렇게 예쁜 꽃잔치는 처음입니다”며 환하게 웃는 철산동에 사는 이경희(55, 여)씨는 벚꽃 나들이에 감사를 표현한다. 4월의 안양천변, 벚꽃이 황홀하다. 꽃이야 매년 온도의 변화에 따라 피고 떨어지지만 사람들의 느낌은 다르다.
인간들은 봄이 온 줄도 모르고 있지만 민들레는 아스팔트의 딱딱한 구멍을 뚫고 당당히 노란 꽃을 피운다. 안양천의 벚꽃이 만개하고 있다. 꽃은 화무십일홍으로 시간이 길지 않지만 벚꽃은 그보다 생명이 훨씬 짧다. 벚꽃의 종류가 여럿이 있지만 왕벚꽃이 가장 아름답다. 벚꽃의 명소는 따지고 싶지 않다. 광명 철산지역 안양천변에는 나이든 왕벚꽃이 많다. 고목에서 핀 벚꽃은 경이롭다.
안양천변의 벚꽃이 환상적이다. 벚꽃은 낮에 본 모습과 밤에 본 풍경이 다르다. 4월 두 번째 주말인 토요일, 꽃놀이에 나선 인파가 너무 많다. 광명시민은 물론 인근의 주민들도 모두 안양천 벚꽃길로 꽃나들이 나선 것이다. 남녀노소가 걷는 길은 언제 보아도 아름다운 풍경이다. 할머니와 손자가 걷고, 엄마와 딸도 멋지지만 부부가 다정하게 걷는 모습은 행복의 상징이다. 사람들이 안양천을 걷는 길은 겨울동안 막힌 세포의 구멍을 뚫는 길이다. 거기다가 벚꽃 구경은 감정에 구멍을 뚫는 길이다. 벚꽃은 동시에 피고 한 번에 진다. 꽃철이 너무 짧아 꽃구경은 시간을 잘 맞추워야 한다.
꽃구경은 낮보다 밤이 황홀하다. 2017년 4월, 봄이 깊어 간다. 계절은 참 좋은데 세상은 녹록치 않다. 봄꽃이 가득한 세상인데 삶이 힘들어 헉헉 거리는 시간의 연속이다. 하지만 실망은 이르다. 진달래가 피고 벚꽃이 만개한 4월인데 아쉬워할 틈이 없다.
가까운 곳에 벚꽃을 즐겨보자. ‘4월은 잔인한 달’이라고 말한다. 미국의 시인 티 에스 엘리엇이 <황무지>에서 언급한 시구이다. “사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 기억과 욕망을 뒤섞고/ 봄비로 잠든 뿌리를 뒤흔든다./ 겨울은 따뜻했었다/ 대지를 망각의 눈으로 덮어주고/ 가냘픈 목숨을 마른 구근으로 먹여 살려 주었다." 시인이 말한 ‘잔인한 4월’ 이지만 사방이 꽃이 피는 나들이하기 좋은 시간이다.
삶이 힘들고 시간이 없어도 꽃이 만개한 봄이다. 봄날은 짧다. 이 봄이 가기 전에 벚꽃 나들이를 떠나자. 멀리 갈 필요도 없다. 몸이 힘들어도 10여분 발품을 팔면 가능하다. 안양천변으로 가보면 눈이 황홀하고 한 주일의 스트레스를 풀 수 있다.
“웃어도 예쁘고/ 웃지 않아도 예쁘고/ 눈을 감아도 예쁘다/ 오늘은 네가 꽃이다." 나태주 시인의 <오늘의 꽃>의 전문이다. 벚꽃은 낮보다 밤이 환상적이다. 어둠이 내린 벚꽃터널을 마냥 걷고 싶다. 한줄기 바람에 꽃비가 내린다. 달빛이 흐르는 안양천의 벚꽃터널 아래 청춘남녀의 로맨스가 깊어간다.